Maurice Ravel - Jeux d'eau (물의 유희)

처음 이렇게 음악 감상글을 작성하는 거라 많이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음악사, 미술사를 전공한 것이 아니라 역사나 유래에 관해서는 조금 다른 설명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점 감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들 살면서 한 번쯤은 물을 봤을겁니다. 너무 어릴때부터, 심지어는 태어나기 전 뱃속에서도 접할 수 있던 것이 바로 '물'인데, 이러한 물의 움직임은 참 부드럽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굉장히 익숙하지만 어떻게 보면 무척이나 복잡해서 놀라곤 합니다.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물리에서도 이렇게 물 같은 유체의 움직임을 해석하기 위해 따로 '유체역학'이라는 학문을 만들 정도니까요. 아직도 인간은 물의 움직임을 정확히 구해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수치적으로 알 수 있을 뿐이죠.

 

아무튼, 이 곡은 이러한 물의 흐름을 표현한 곡입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인상주의 음악가인 모리스 라벨의 대표작으로 피아노 독주곡입니다. 리스트의 Les jeux d'eau à la Villa d'Este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결과물이 참 뛰어납니다. 

 

물의 유희 (Jeux d'eau)

 

(노래를 들으면서 글을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들으시면 아시겠지만, 처음부분부터 상당히 몽환적이고 부드러운 선율이 나옵니다. 마치 한 방울의 물방울이 천천히 튀어오르다가 떨어져 흐르는 듯한 장면이 연상됩니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가느다란 물줄기가 되고, 그것들이 모여 개울과 강을 이루고 결국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느낌을 주는 이 곡은 마치 물의 인생을 표현했다 할 수 있겠습니다. 잔잔했다가도 폭풍처럼 몰아치는 부분도 있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평화로워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진짜로 물 같지 않나요? 특히 신비로운 화성과 진행이 더욱 그 감정을 강화하는 것 같습니다. 

 

이 곡은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듣게 되었는데, 평소에 피아노로 다양한 음악을 연주하기를 좋아해서 여느때와 다름없이 학교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던 도중, 제 친구가 이 곡을 연주하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충격은 너무 신선했습니다. 곡의 화음들이 정말 신비로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저는 클래식에 발을 들이게 되었지요. ㅎㅎ

 

그렇다면 이러한 화성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당시에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었던 음악 사조인 '인상주의'에서 나타나는 기법들이었습니다. 

 

인상주의?

인상주의라고 하면 대부분 먼저 미술의 사조를 떠올리실 겁니다. 클로드 모네의 '인상, 해돋이'라는 작품이 대표적이죠.

 

Impression, soleil levant - Claude Monet

이 그림을 보고는 흔히 '빛을 그렸다'라고 합니다. 이런것이 인상주의라고 할 수 있죠. 어떠한 구체적인 주제가 있는, 형태가 있는 물체에 주목하여 그린다기 보다는 순간의 인상이나 찰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인 인상주의는 당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추상적인 빛이나 소리, 바람이나 물의 묘사는 기존의 인기있던 화풍과는 조금 달랐죠. 이러한 영향은 비단 미술계에만 전해진 것이 아니라 음악계에도 전파되어 새로운 사조인 인상주의의 기반이 됩니다. 

 

기존의 리스트, 알캉과 바그너등의 대역할로 인해 엄청나게 발전한 낭만주의는 상당한 기교와 풍부한 감정 표현이 주가 되는 사조로, 작곡가의 주관이 상당히 뚜렷한 곡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와는 다르게 기존에 표현하지 않았던 추상적인 대상을 묘사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이 있었으며, 미술의 인상주의 사조와 유사하게 음악에서도 빛과 물과 같은 존재를 표현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음악에서의 인상주의로 자리잡게 되었지요. 

 

인상주의, 특히 물의 유희에서는 신비로운 곡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강화하기 위하여 온음음계라는 음계를 사용하였습니다. 이 음계는 기존의 사조와는 다르게 인상주의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음계로,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있습니다.

온음음계. 모든 음이 한음씩 차이난다.

모든 음이 한 음씩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해소하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죠. 즉, 음악의 방향성과 목적지가 없는 느낌을 줍니다. 실제로 악기를 보유하고 계신 분들은 이 음계를 연주하면 느낌이 오실겁니다. 굉장히 미스터리하면서도 우주적이고 떠도는 것 같은 느낌을 주죠. 

 

이 곡을 만든 모리스 라벨과 더불어 대표적인 인상주의 음악가 중 한 명인 클로드 드뷔시또한 온음음계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인상주의 특유의 신비롭고 우주적인 분위기를 강화시키는데는 온음음계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죠. 

 

마치며

음악, 어떠셨나요? 개인적으로 음악을 추천하기도, 추천받기도 싫어하는 성격이라 이 음악을 꼭 들어라! 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저에게 소중한 음악임은 틀림없습니다. 이 노래를 시작으로 클래식을 차차 알게 되었고, 음악을 듣고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죠. 그래서 처음 이 음악을 조용히 옆에서 연주해준 그 친구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깨달았죠. 정말 소중한 노래를 누군가에게 선물할 때에는 옆에서 조용히 연주하는 것 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는 것을. 

 

p.s.

이 곡이 너무 좋아 피아노로도 쳐봤는데, 사실 피아노를 그리 잘치지 않는 저에게 물의 유희는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아직도 완성을 위해 힘쓰는 중입니다.) 확실히 라벨의 작품들은 기교가 엄청나군요.